Flaming Nairrti Astray II 블로그의 '노동이 되어가는 게임 플레이' 를 보고 생각한 것을 쓴 글입니다.

예전에 같이 일하던 사람 중에 한국산 온라인게임인 '리니지'를 오랫동안 플레이하던 사람이 있었다. 하루는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게임이라는 화제에 이르렀다.

나 : 어떤 게임이 있는데, 플레이방식이 어쩌고, 그래픽이 저쩌고, 디자인은 이러쿵......
그 : 그런거 돈도 안되는데 시간 아깝게 뭐하러 하세요?
나 : 헉. ○○씨도 퇴근하고 집에 가면 '리니지' 매일 하잖아요.
그 : '리니지'는 돈이 되거든요. 지난달엔 ○○○ 아이템을 팔아서 ○만원을 벌었어요. 하하하.
나 : 그럼 퇴근하고 나서도 일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그게 무슨 재미가 있어요?
그 : 아이템을 팔면 돈이 되니까 재밌지요. 돈이 안되면 무슨 재미로 게임을 합니까?
나 : 돈 벌려고 게임을 하는게 아니라 그냥 즐기려고 하는 거죠.
그 : 그러니까 돈이 안되는데 무슨 재미가 있냐구요?
나 : 그냥 재미로 즐기면서 한다구요...

그에게 게임은 '즐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금전적인 가치를 생산하기 위한' 부업에 가까웠다. 그래서 게임을 그저 재미로 한다는 것을 그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에게 돈이 안되는 것은 시간낭비일 뿐인 것이다.

이 대화 이후로 '리니지'를 비롯한 한국산 온라인게임에 대해서 인터넷을 통해서 알아보게 되었다. 그 결과 한국산 온라인게임들은 구조적으로 아이템 현금거래를 부추기는 것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한국산 온라인게임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었고, 그 원인과 책임이 그런 게임을 만드는 게임사들에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게임사들이 현금거래를 부추기는 게임을 만들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가 물질적인 가치를 워낙 중요시하기 때문에 그런 게임을 만들 수 밖에 없는게 아니었을까? 한국사회에 물신숭배주의가 팽배해 있기 때문에 게임산업도 그 영향을 받은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신숭배주의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게임을 하는 행위는 무가치한 것이다. TV나 컴퓨터 앞에 앉아 시간과 노력을 소비하긴 하는데 물질적인 가치를 가진 생산물이 없으니 말이다. 게임 속 생산물이라고 해봐야 가상세계 안에서만 소비되는 아이템이나 자원따위가 전부이다.

한국의 온라인게임은 이렇게 무의미한 것처럼 보이던 가상세계의 생산물을 현실세계에서 유의미한 것으로 바꾸었다. 가상세계의 안에서만 소비되던 생산물을 현실세계의 금전적 가치로 환산하여 거래할 수 있도록 끌어낸 것이다. 온라인게임의 노예들은 유희행위를 생산행위로 전환함으로써 자신들의 노예행위가 마치 게임을 한 차원 높은 것으로 끌어올린 것처럼 여기기까지 한다.

게임사들이 이런 풍토를 만들었든 이런 풍토가 그런 게임을 만들게 하였든 물신숭배주의가 팽배한 한국에서 게임아이템 거래시장의 연간거래액이 1조원을 넘는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사회는 항상 뭔가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생산의 중독에 빠진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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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목: 게임머니 현금거래 무죄가 의미하는 것은?

    Tracked from 작은outsider의 생각누리 2010/01/22 08:39  delete

    게임머니 현금거래 왜 문제인가? 게임에서 통용되는 돈을 게임머니라 부른다. 그런데 이러한 게임머니를 가지고, 현실의 돈과 교환가치를 가지게 할 수있을까? 만약 이것이 10년전에 나온 이야기라면 말도안되는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법적으로도 합법적인 일이 되어버렸다. 2009년 1월 11일 한겨례에 실린 기사에 의하면, 리니지에서 이런 게임머니로 장사를 해서 2000만원을 챙긴 사람들에게 대법원이 사행성이 없는 게임에서의 게임머니 거래는..

  1. BlogIcon Nairrti 2009/03/11 23:4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게임을 하는 것이 사람인 만큼, 현실 사회의 문제점이 게임으로 그대로 옮아 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엔, 적어도 개발에서 그런 부분들을 '덜 옮아오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하는 거구요.

    • BlogIcon guybrush 2009/03/12 00:54  address  modify / delete

      그렇군요. 결국 어떤 게임을 개발하느냐 하는 것은 게임사의 몫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게임사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사들이 상업적인 성공만을 바래왔기 때문에 이런 행태가 반복되온게 아닌가 싶네요.

      게임사들이 즐거운 게임을 만들고, 게이머들도 게임을 유희행위로써 즐겼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2. BlogIcon 머니야 2009/03/13 22:2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는 왠만한 수익모델은 안건드려본것이 없는데..유독 게임쪽 머니마켓은 발을 안들려놓게 되더군요..생각해보면..중독성이 있기때문에 스스로 멀리했던것 같기도 합니다~...청소년들이 열광하는 풍토는 좀 절제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생기더군요~

    • BlogIcon guybrush 2009/03/14 23:29  address  modify / delete

      저는 게임에 열광하는 한 사람으로서 청소년들이 게임을 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게임을 유희의 수단이 아니라 돈버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봅니다.

  3. BlogIcon 빠렐 2009/03/17 09:5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호~~
    게임을 부업수단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군요
    저는 예전엔 게임을 하다가 아이템이 점점 축적되고 벌기위해서가 아니라 하다가 생기면 부수입정도로
    생각을 했었는데 ㅎㅎ
    이제는 rpg 종류는 안해요 한번 데인적이 있어서요 ㅋㅋㅋ

    • BlogIcon guybrush 2009/03/17 15:16  address  modify / delete

      온라인 RPG는 캐릭터의 성장이라는 개념이 있어서 중독성이 심한 편이긴 합니다. 저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빠져서 미친듯이 한 적이 있었어요. 좀 지나친 감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제가 한심하기도 해요. 게임은 적당히 즐기면서 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4. BlogIcon nurung1 2009/04/13 08:4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리니지같은 온라인 게임으로 스스로 학비조달 하는 사람도 봤습니다. 게임하면서 돈도 벌고 괜찮게 보였습니다. 하지만, 게임이 game이 아니겠죠.

  5. BlogIcon 무량수 2010/01/22 08:4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모든 것은 돈이다."

    라는 식의 접근을 하는 사람에게는 여유라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지요. 한국사회에서 게임이 더 이상 게임으로서 설곳이 없어지는 이유나 인문학이라는 학문이 죽어가는 이유나 같지 않은가 싶습니다.

    돈이 된다에 집착을 하게 되면, 내것은 있어도 니것은 없다. 라는 경제 관념들이 강해지기도하고, 세상이 너무 각박하게만 보이거든요. 트랙백 걸어두셔서 저도 살짝이 걸어두고 갑니다. ^^

    • BlogIcon guybrush 2010/01/22 09:24  address  modify / delete

      돈이 중요하긴 합니다만, 돈 자체가 목표가 되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무언갈 만들어내고 돈을 벌어내야지만이 의미있는 것으로 생각하니까 그저 즐긴다는 개념을 상당히 생소하고 위험한 것으로 간주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