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문

from 영화와 문학/문학 2009/12/17 18:56
달의 문 - 4점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주영 옮김/씨네21

※ 미리니름 주의 : 이 글에는 소설의 주요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소설을 읽으실 분은 이 글을 읽지 마세요.

[달의 문]은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 받는 미스터리 작가라는 이시모치 아사미의 작품이다. 비행기 납치사건과 그 과정에서 뜻밖에 일어난 의문의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을 읽고 난 소감을 요약해서 이야기하자면 실망스럽다.

무리한 이야기 전개

이야기가 너무 무리하게 전개된다. 우선 비행기 납치의 동기부터 공감이 가지 않는다. 납치범들이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추리과정을 보면 정상적인 논리를 가지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아무리 이시미네가 카리스마적이고 신성하게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평범한 사람들이 그런 황당한 이유로 비행기 납치라는 극단적인 범죄를 저지를 수 있을까? 설득력이 떨어진다.

부적절한 인물 설정

인물의 성격 설정이 부적절하다. 원래 평범한 모범시민이라서 납치범들은 승객들에게 정말 친절하다. 그런데도 여객기는 납치범들에 의해 잘 통제된다.

처음엔 약간의 저항이 있긴 하다. 그런데 다른 승객도 아니고 인질로 잡혀있는 아이의 부모가 달려든다는 건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마치, 부모의 생각은 이런 것 같다.

"내 자식의 목에 칼이 드리워져 있기는 해. 납치범이 손을 떨구면 낚시줄에 목이 감겨 내 아이가 죽기는 하겠지. 하지만 그런 건 내 알 바가 아니야."

달려든 아이의 부모를 납치범이 뛰어난 무예실력으로 제압한다는 건 더 어처구니가 없다. 도대체 칼은 어디다가 쓰려고 가지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이런 장면을 보면 납치범들은 인질의 생명을 담보로 한다면서 인질을 해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적어도 행동하는 걸 보면 그렇다. 게다가 승객들은 죽음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기 아이의 생명이 위태로운데 납치범들을 째려보면서 죽여버리겠다고 협박까지 한다. 납치범들은 그런 승객에게 경고조차 주지 않을 만큼 착하기까지 하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납치범들이 살인을 이미 각오한 사람들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한다.

현장에 내가 있었다면, "뭐야? 이 납치범. 정말 착한 사람들이잖아. 내가 한 번 제압해볼까? 실패하더라도 그냥 몇 대 맞기 밖에 더하겠어?"

부적절한 상황 설정과 오류

납치범들의 기내 위치는 승객 통제를 위해서 분산하였다고 해놓고, 나중에는 그딴 거 안중에도 없이 살인현장에 그냥 옹기종기 모여 있다. 승객 통제해야 한다면서?

비행기 납치라는 극단적인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다른 인질들은 안중에도 없고 옹기종기 모여 추리놀이에 빠져있다. 그것도 과거의 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마리라는 여자가 동참하고, 무심코 찍었는데 알고보니 굉장한 추리실력을 갖춘 정체불명의 자마미군까지 옹기종기 모여서 말이다. 자마미군은 그 와중에 납치범들의 결속력을 교란시키려는 시도까지 한다. 이쯤 되면 이 건 뭐 개그물이다. 납치사건이라는 소재가 주는 긴장감이 하나도 없어.

이야기의 지루함

쓸 데 없는 추리가 구구절절 늘어진다. 사실상 추리의 과정이 필요없는 단순사실의 나열이 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말이다. 그다지 길지 않은 내용인데도 읽는데 정말 지루했다.

미스터리로서의 부적절함

첫째, 모든 사건의 발단은 그들이 그냥 광신도였다는 설명으로 끝난다는 점. 납치범들은 광신도 치고는 너무나도 정상적이고 논리적인 사람들 아닌가? "그들은 그냥 광신도였어."라는 설명으로는 이야기에 설득력이 없다.

둘째, 트릭이 허접하다는 점. 그러니까 피해자는 그냥 예상치 못하게 우연히 죽었다는 것이다. 미스터리물에서 우연이라는 건 독자를 우롱하는 굉장히 편리한 해결책이 아닌가?

독자 : "도대체 이 트릭의 정체는 뭘까? 아무래도 이 작품의 트릭은 비범한 것 같아. 도무지 알 수가 없으니 말이야. 정말 궁금해!"

작가 : "병신 같은 독자야, 그냥 피해자가 재수 없는 거였음. ㅋㅋㅋㅋ"

결론 : 이 작품의 진정한 미스터리

이 작품의 진정한 미스터리는 이 작품이 2003년 일본에서 출간되어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후보에 오르고,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8위에 올랐으며, '본격 미스터리 대상' 3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동아시아에선 미스터리물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일본에서 이런 작품이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은 참으로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 이 리뷰는 잠들 수 없는 밤의 기묘한 이야기 블로그에서 열린 달의 문 리뷰 이벤트를 통해 씨네21㈜로부터 책을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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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Nurung 2010/01/06 20:4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통털어 지금까지 일본 추리소설은 3편 정도 읽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머리에 강렬하게 남아 있는 작품은 하나도 없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