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에 볼프강 피터슨 감독의 '포세이돈'이 개봉한다고 합니다. 예고편을 봤는데 1972년작 '포세이돈 어드벤쳐'의 리메이크작이더군요. 어렸을 때, TV에서 주말의 명화 시간에 몇 번 본적이 있는데 정말 대단한 영화였습니다.

제 기억에 이 작품은 꽤 종교적인 영화였습니다. 자세히 이야기하면 안 보신 분들에게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다소 모호하게 이야기하자면... 거대한 재난 앞에 선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자연 앞에서 힘없이 무너지는 인간들의 모습을 볼 수 있구요. 소신이냐 다수의 의견이냐의 갈림길 속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도 나오구요...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숭고한 희생정신도 볼 수 있습니다. 위의 내용과 개혁성향의 카톨릭 신부라는 주인공을 조합해 보면......

너무 모호한가요?
작품의 핵심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오히려 양심이 찔리는군요. 어쨌든 대단한 작품이었습니다! 안 보신 분은 이번에 꼭 보세요.

무엇보다도 볼프강 피터슨님이 감독을 맡았다고 하니 기대가 더 되는 것 같습니다. 이 분은 아무래도 해양영화의 달인인 것 같습니다. '특전 유보트', '퍼펙트 스톰' 의 감독을 맡으셨었으니까요.

특히, '특전 유보트'는 대단한 걸작으로 꼽히는 영화입니다. 2차세계대전의 잠수함전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합군의 시각이 아닌 독일해군의 시점으로 바라보고 있는 독특한 작품이기도 하죠. (Nazi 옹호가 아니라... 전쟁에 대한 냉소를 담고 있는 영화이니 오해 마세요) 특히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서 잠수함 두 척이 조우하는 장면은 바다의 거친 내음이 물씬 풍기는 멋진 장면이었습니다. 이 분은 그야말로 바다라는 광대한 자연을 스크린에 잘 표현합니다.

만약에 이 분이 아닌 다른 분이 감독을 맡았다면 전 '피터 잭슨' 감독을 꼽고 싶습니다. 피터 잭슨 감독의 리메이크작 '킹콩'의 해양장면도 굉장히 멋졌었거든요. 대부분의 일반 관객들은 '킹콩'이 등장하기만을 기다리느라 전반부가 아주 지루했다고 하는군요. (이런 분들은 6000원 내고 3000원 어치만 보고 가는 겁니다.)

하지만, 해골섬에 상륙할 때까지의 과정을 다루는 해양 액션신은 아주 훌륭했습니다. 주요인물들의 성격이나 배경소개 부분을 제외한 해양 액션신만 보았을 때, 선상생활이나 바다라는 자연환경의 세세한 부분까지 공을 들였다는게 확 드러났었습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선원이 조셉 콘래드의 '어둠의 핵심'까지 언급할 때는 소름이 끼치더군요.

해골섬의 암초에 좌초할 때의 장면이라든가 항상 흔들리는(Roll, Pitch) 선박에 대한 묘사라든가 폭풍우 속에서 철판이 찌그러지는 듯한 굉음이 난다던가 하는 장면들은 바다생활을 직접 해보던가 해양과 관련된 소설이나 전문서적을 여러권 읽고 머릿 속에 바다를 섬세하게 그려보지 않는 한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제가 바다생활을 조금 하고 있을 때 썼던 글을 올려볼게요.


2주만이다.
인터넷을 하는 것이.
육지에 내린 것이 며칠 전이지만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바다에서처럼 생활할 수도 있다.

바다에서는 모든 걸 잊어버릴 수 있다.
그리워하지 않을 수도 있다.
바다에서만큼 절제하는 것을 배우기 좋은 곳도 없다.
2주라는 시간이 길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기계처럼 습관의 습관을 반복하다보면 그리 긴 것도 아니다.

대양을 횡단하였다는 마젤란은 망망대해를 항해하며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그것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을텐데.
나라면 별을 보며 바다를 건넌다는 것에 목숨을 걸 수 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육분의로 항해를 하는 미지의 바다와
GPS로 항해를 하는 바다는 전혀 별개의 것이다.

바다가 거칠게 울 때면 나는 잠이 들기 어려웠다.
나는 멀미도 하지 않고 물에 대한 무서움도 없지만
나와 거대한 쇳덩어리인 배를 흔들어대는
무언의 거대한 힘에 압도되곤 했었다.

그 무한한 공포. 인간의 이성을 초월하는 공포.
그대로 모든 것을 삼킬 것만 같은 거대한 힘.

광기와 무지 없이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힘이 들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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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특전 유보트 -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수작

    Tracked from In This Film 2007/07/17 21:24  delete

    잠수함 연작 No.7 볼프강 피터슨의 영화세계 <특전 유보트>로 시작해 최근작 <포세이돈>에 이르기까지 볼프강 피터슨 감독은 선굵은 영화를 만드는 거장으로서 헐리웃에 자리잡은 명감독 중 한명이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들여다 보면, 특히 후반에 들어서면서 유독 남성미 넘치는 대작에 참여해 왔음이 두드러지는데 노장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건재함을 보여준 <사선에서>, 미국 대통령을 액션히어로로 탈바꿈 시킨 <에어포스 원>, 삶의 전선에 뛰어든 어부들의 가슴찡..

  1. BlogIcon 페니웨이™ 2007/07/17 21:2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볼프강 피터슨.. 저도 무척 좋아하는 감독입니다. 특히 그의 유보트와 퍼펙트 스톰은 정말 최고로 꼽습니다. 여기에 제가 쓴 유보트 리뷰를 트랙백합니다 ^^